2019. 7. 8. 01:00ㆍ리-뷰/책
이 소설은 82년생 김지영를 쓴 조남주 작가를 포함한 최은영, 김이설, 최정화, 손보미, 구병모, 김성중 작가들이 쓴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내용은 페미니즘에 관련된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현남오빠에게 by 조남주
이 소설은 강현남이라는 남자와 대학교에서 유연한 계기로 만나고 10년을 사귀어온 여성이 현남과 헤어짐을 선언하며 쓴 편지 형식이다. 그동안 현남 오빠가 어떤 식으로 본인의 삶을 좌우했는지 그것이 얼마나 부당했는지를 깨달으며 쓴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읽으면서 현남도 소설 속 주인공도 너무 답답했다. 본인의 삶을 남자에, 타인에 그렇게 쉽게 맡겨버릴 수 있었을까. 하지만 이젠 모두 다 벗어던지고 현남에게서 벗어날 테니. 그 삶을 응원할 뿐이다.
당신의 평화 by 최은영
이 소설은 결혼을 앞둔 가족에 대한 소설이다. 주된 이야기는 며느리가 될 선영을 못마땅해하는 정숙, 그리고 그 엄마를 못마땅해하는 시누이가 될 유진의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숙은 본인이 살아온, 가부장적인 틀 안에서 선영을 보고 못마땅해한다. 하지만 대학때 여성학을 배웠고, 선영과 같은 나이 또래인 유진은 그것이 부당한 것이라 엄마에게 말해준다. 하지만 엄마 정숙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 엄마를 감당해왔지만 전처럼 말다툼을 한 상태로 끝이 난다. 이러한 일은 또 반복되겠지. 이 소설을 읽고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나도 부모님하고 이야기하면 가부장에 익숙해진 말에 답답함을 느낀다. 내가 딸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감당하기 힘들어 더 이상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남동생이 결혼할쯔음에 우리 부모님도 정숙처럼 생각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경년 by 김이설
청소년기 아들, 딸을 둔 40대 엄마의 이야기이다. 공부를 잘하는 아들을 두었지만, 아들이 다른 여학생들과 사귀는 사이도 아닌데 성관계를 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들은 일로 복잡한 감정과 생각을 갖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 주인공을 제외한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여전히 남성과 여성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남편은 여자는 예쁘면 다 된다, 몸을 함부러 놀리는 여자애들이 문제다. 아들은 공부 잘하고 합의하에 가진 성관계이니 괜찮다고 치부하고, 또래 아이를 가진 윤서 엄마도 아들의 성적을 떨어뜨리기 위해 성적으로 다가오는 여학생들을 비난한다. 서로 사귀었지만 남학생은 성적이 떨어지면 여학생 탓을 하고, 여학생은 사귀면서도 공부한 것이 남학생의 성적을 떨어지게 만든 것이 되고, 1등만 노린다는 1들 킬러라 불린다는 것이 여전히 편향된 시선을 갖고 있는 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주인공인 엄마는 이에 대해 수긍하지 않고, 그러한 사회적 잣대에 평가될- 갓 생리를 시작한- 딸을 껴안고 울면서 끝난다.
모든 것을 제자리에 by 최정화
이 소설은 비유를 잘 찾아내지 못하는 나에게는 의미를 찾는 데에 어려운 소설이었다. 주인공 율이라는 여성은 붕괴건물들의 영상과 사진자료를 찍고 정리하는 일을 한다. 그리고 한동안은 습진으로 인해 손에 붕대를 감고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그 손은 어쩌다 그랬냐고 묻고, 과장은 그 손은 언제 낫느냐고 보챈다. (이런 장면에서 내가 느끼는 피로감과 동일하다고 느꼈다. 얼굴에 뾰루지라도 나면 왜 그러냐고, 머리를 자르면 왜 이렇게 짧아졌냐고, 오랜만에 치마를 입으면 어디 가냐고. 진짜 남의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 힘들게 느껴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 율은 외근을 나가서 6층짜리 건물까지 찍어야 할 자료를 2층만 3번을 찍어오는 실수를 하게 된다. 그리하여 다음 날, 다시 건물에 방문하여 층수까지 표시해가며 찍어오지만 3층이 유난히 붕괴된 건물의 모습이 아니라 단정하게 정리된 것처럼 보이도록 찍혀있었고, 과장도 그에 대해 의문을 갖는다. 사실은 치마가 보여서 굳이 보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 치운 것이었고, 그러다 보니 주변에 있는 것들이 하나둘씩 거슬려서 정리했던 것이다. 다른 의도는 없었지만 정리하다 보니 단정해졌고, 더 이상은 손을 댈수록 더 어색해져 갔다. 그러다가 거슬렸던 오른손의 붕대를 풀었더니 율의 손이 아니라 남성의 손이었다. 이런 결론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작가의 의도를 확실히는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바는 남성이 (남성으로 표현된 손) 아무런 의도가 없이 여성을 본모습(본모습: 붕괴건물)이 아니도록 바꾸어버리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다.
이방인 by 손보미
이 소설은 '시그널'이 생각났다. 주인공도 경위계급의 여자, 그리고 그를 따르는 남자 후배. 여자는 해결하지 못한 사건에 괴로워하고 남 후배는 그 사건을 해결할 사람은 여자라고 쫓아다닌다. 결국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남자 후배는 사망하게 되고, 경위는 복귀하면서 소설이 끝난다.
하르피아이와 축제의 밤 by 구병모
하르피아이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의 얼굴과 새의 몸을 지닌 괴물로, '약탈하는 여인'을 뜻한다. 여성을 괴물 아니면 요정으로 등장시키는 성녀-창녀의 이분법만큼이나 오래된 문화적 서사적 관습이라 한다.
이 소설은 남장여자를 뽑는 대회에 '표'라는 인물이 참여하게 되면서 겪는 내용이다. 그는 회사동료 '한'을 대신하여 300만 원이라는 돈을 받고 대회에 참여하게 된다. 우승을 하게 되면 상금 오천만 원. 불편한 가발, 화장, 높은 하이힐, 딱 붙는 옷을 입고 섬에 들어가게 된다. 하지만 참가번호 1번이 등장하는 순간 화살의 표적이 되고 대회장은 아수라장이 된다. 표는 그 대회를 참석한 사람들의 공통점을 생각해보고 여성을 추행하는 등의 일로 사법처리를 받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고 본인은 여기에 잘못 온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탈출하는 과정에서 장년의 여성을 죽이게 되고, 화살을 든 사람들은 '표'가 화살을 맞아야 하는 대상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의하다가 화장과 옷이 벗겨지면 살려두기로 한다. '표'의 옷과 화장은 지워지지만 살갓이 붙은 채로 떨어져 나간다.
화성의 아이 by 김성중
이 소설은 화성으로 떠나게 된 클론이 사망하여 화성에 오게 된 개 라이카와의 만남과정을 이야기한다. 이 클론은 브레인 워싱 '기억 삭제'를 당하고 임신을 한 채로 다른 클론들과 함께 화성에 가게 되었다. 하지만 나머지 클론들은 다 죽게 된다. 데이모스와 포브스라는 쌍둥이 로봇도 그곳에 왔으나, 클론이 도착했을 때에는 데이모스만 만날 수 있었다. 이 셋은 새로 태어날 아기를 위해 준비하며 끝난다. 이 소설은 잘 모르겠다... 정말 어렵다...
이 책을 읽으면서 페미니즘에 대해서 더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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